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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형의 학교 이야기 1 - 수능이 전부는 아닌데...동네 형의 학교 이야기 1 - 수능이 전부는 아닌데...

Posted at 2012/05/05 14:17 | Posted in 내 입으로 다시 말하는./학교.

 

 

  하루는 한 학생에게 문자가 왔다. 걱정스러울 정도에 매사에 진지하고 바르며 똑똑한 녀석이다. 마치 예전의 날 보는 듯(...) 내용은 대략 이런 것!

"선생님, 깊게 알려고 질문하는 게 괜찮은 건가요?"

내 대답은 당연히!

"당연하지! 왜?"

이 얼마나 모범적인 사제간의 대화인가!!

이런 문자를 보낸 연유는 다음과 같다. 수업 시간에 궁금한 것이 생겨 선생님께 여쭤보려고 하면 상당 수 이런 대답을 듣게 된다는 것이다.

"그건 수능에 안 나와! 괜히 너무 깊게 알려고 하면 오히려 더 혼란스러우니까, 몰라도 돼!"

매사에 너무나 진지한 이 녀석은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하루 종일 고민하다가 밤 늦게 1학년 때 담임이었던 내게 문자를 보내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할거면 좀 잘 만들던가(...)

 

학교에 와서 가장 괴로웠던 것은 내가 고등학생일 때의 학교와 10년이 지난 지금의 고등학교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교육제도는 시도 때도 없이 바뀌고 있지만, '수능 한방'이라는 불고의 진리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으며, 이름조차 알쏭달쏭한 정체불명의 대입 수시 전형은 학생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고등학생은 단순히 대학생이 되기 위한 전단계가 아니다. 고등학생은 10대 후반 배워야 하는 인생의 많은 것들을 몸으로 부딪치고 스스로 생각하며 고민해야 하는 아름다운 시간이다. 인생의 끝이 대학 입학이 아니기에 고등학생은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자신이 궁금한 것(그것이 수능과 연관이 없을지라고)은 알권리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나조차 수업시간에는 수능특강을 들고 들어가며, 이 작품은 몇년도 수능, 몇년도 평가원 모의수능에 기출되었던 작품이니까 중요해, 이런 문제는 이렇게 접근하면 답이 쉽게 보이겠지(...) 라는 말을 하고 있다. 교육을 서비스업으로 바꿔 버린 정신 나간, 높으신 분들 때문에 서비스 수요자인 학부모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부모의 기대, 사회의 요구를 마치 자신이 운명적으로 짊어지고 나가야 하는 과업인 줄 오해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녀석들에게 나마저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

이런 마음의 부채의식으로 수업시간에 문자를 보낸 그 녀석의 반에 들어가서 이런 말을 한다.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질문해! 그게 대학 입시하고 상관없더라도. 너희들 인생이 대입으로 끝나는 건 아니야.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 것이니, 뭐든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질문을 해! 세상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납득하려고 들지 말고 의심하고 물어보면서 살아! 난 천재도 아니고 신도 아니기 때문에 아는 만큼만 대답해 줄 것이니까! 그렇게 함께 궁금한 것을 알아보면서 살아가면 되는거야!"

난 아이들이 놀았으면 좋겠다. 이성친구도 만나고, 모든 것을 다 걸 수 있는 인생의 목표도 갖고, 여행도 다니고, 나와는 다른 사람들도 만나보고... 그렇게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장 중요한 가르침을 자신의 눈과 피부로 채득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수업시간에 문제집을 풀며 아이들과 다섯 단락의 지문 속의 세상만을 파헤치고 있다. 그래서 미안하다.

 

덧) 저 녀석이 수업 시간에 이런 질문을 했다. "선생님, 와이프가 임신을 하면, 잠자리를 하면 안되나요?"

 

자...일단 다음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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